• 진보정당에 대한 궁금증 몇가지 / 김윤철 진보정책연구소 前연구기획실장  (00:60:43)
  • 제작자 : 하승우
  • 1999년 가을 군대를 막 제대한 더벅머리로 이 사람을 만났습니다. 유쾌한 듯 얘기하면서도 약간은 냉소적이고, 어느 점에선 왠지모를 끈쩍함도 느껴졌던. 그 만남이 8년을 이어왔지만 지금 우리 두 사람이 서 있는 지점은 비슷하면서도 많이 달라졌네요. 아마도 다른 길을 걷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이 사람이 정당이라는 길을 택했기 때문일 겁니다. '무늬만' 아나키스트인 저같은 사람에게 정당은 가까이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이었으니까요.

소리로 만난 사람들 - 하승우의 이판사판, 운동판!

직접 현장에 몸담고 있는 활동가들의 생생한 체험기!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 때 개인적인 생활이 힘들고 날이 갈수록 사회적인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활동가들이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? 그리고 이들이 자신의 삶을 던져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일까? 세계화와 FTA 등 어두운 시대상황에서 어떤 희망의 가능성을 찾고 있는 걸까?


첫번째 인터뷰 : 진보정당에 대한 궁금증 몇가지 / 김윤철 진보정책연구소 前연구기획실장

1999년 가을 군대를 막 제대한 더벅머리로 이 사람을 만났습니다. 유쾌한 듯 얘기하면서도 약간은 냉소적이고, 어느 점에선 왠지모를 끈쩍함도 느껴졌던. 그 만남이 8년을 이어왔지만 지금 우리 두 사람이 서 있는 지점은 비슷하면서도 많이 달라졌네요. 아마도 다른 길을 걷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이 사람이 정당이라는 길을 택했기 때문일 겁니다. '무늬만' 아나키스트인 저같은 사람에게 정당은 가까이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이었으니까요.

물론 그가 민주노동당이라는 정당활동에 뛰어들어 활동하고 있을 때에도 그를 간혹 만났죠. 신촌의 어느 허름한 술집에서, 때론 여의도 민주노동당 당사에서, 그 언저리의 어느 식당에서... 정당과 거리가 먼 제 생각 때문이었을까요?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에너지가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죠. 이 사람이 가진 장점과 에너지가 자꾸 빠지고 있다는...

이 사람이 민주노동당의 진보정치연구소를 그만뒀을 때 사실 저는 그리 안타까워하지 않았습니다. 민주노동당보다는 이 사람이 제게 더 아까운 존재였으니까요(아, 그렇다고 제가 한국사회에서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의미를 무시하는 건 결코 아닙니다). 하지만 잠도 잘 자지 못한다는 그의 말에, 당 활동을 그만두고 난 뒤에도 조금씩 더 까칠해지는 그의 얼굴에, 내 생각보다 당에 대한 그의 애정이 훨씬 깊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(물론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한 점도 그의 한숨을 깊게 하겠지요).

도구로서가 아니라 정말 청춘을 바쳐서 뭔가를 하고 싶었구나, 이 사람은. 이 인터뷰를 하며 두 사람은 같은 단어를 상당히 많이 반복했습니다. 저는 '사실', '사실은'이라는 단어를 수없이 내뱉었습니다. 맥락이 있든 없든 그 단어는 안타까움을 품고 있습니다. 저 역시 이유야 어찌되었건 민주노동당의 활동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사람이고, 다른 정당보다 민주노동당에 아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처지이니까요.

그리고 김윤철씨의 말도 냉정과 열정 사이를, 절망과 기대 사이를, 애증 사이를 왔다갔다 합니다. 아마도 그의 감정은 더 깊을 거라 생각합니다. 아마도 그의 감정은 그 극단의 사이를 아직도 방황하고 있는 듯합니다. 아마도 그의 감정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듯하네요.  

이 인터뷰를 끝까지 들어줄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, 일단 듣는다면 끝까지 들어서 말하는 이의 진심을 충분히 헤아리길 바라고, 가능하다면 말과 말 사이의 여백에 담긴 의미도 헤아려줬으면 합니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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소리로 만드는 즐거운 세상, 다음세대재단이 운영하는 소리아카이브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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